1984년 (구)신도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사진설명> 어린 시절 초등학교 입학 전에 신도초등학교에 다니던 오빠와 항상 운동장 끝자락 놀이터에서 많이 놀았어요. 어느날 어머니와 셋이서 학교 근처 가게에서 과자를 하나씩 사 가지고 가서 사진을 찍고 놀았던 기억이 담긴 사진입니다.
박비나(그림기록팀)
구파발에서 태어나 40년이 넘는 인생의 시간들을 은평구에서 보내온 '은평 그림기록자' 입니다. 산악기자셨던 아버지 덕분에 기자촌 근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아직까지도 북한산의 기운을 받으며 중년의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은평에서 살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또 계속 오래 살아보자는 마음도 무의식중에 있는듯 합니다.
저는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며 그림으로 이야기합니다. 주로 그리는 것은 동네 풍경입니다. 대단한 어떤 특정한 장소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동네 골목, 버스 정류장, 전통시장, 오래된 집의 담벼락 등 너무 흔해서 존재의 가치도 쉽게 잊힐 듯한 작은 장면들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풍경이지만 '그 곳'은 몇 십년 전에는 좀 더 세련된 모습이였을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에겐 추억의 장소일 수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한 지역에 산다는 것은 그 지역에서 서서히 진행되는 변화를 직접 바라본다는 것이죠. 내 몸은 나이 먹어가지만 동네의 모습은 점차 새로운 것들로 채워집니다. 내가 바라보는 풍경이 언제 또 옛 모습으로 사라질 지도 모르는 것이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아카이빙'이란 단어를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사실 지나고 보니 저도 아카이빙을 하고 있었습니다. 동네의 여러 모습을 그려 내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프로젝트 참여 전후의 차이는 확실합니다. 그것은 바로 '자각'입니다. 과거의 그림활동이 그저 어슬렁대며 다니는 동네산책이였다면 이제는 동네탐구가 되었습니다. 나의 손과 붓, 종이는 그대로이지만 '아카이빙'이라는 안경을 쓰니 확실한 이유와 목적이 그림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림에 나의 동네를 더 구체적으로 담아보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다시 작은 첫 발걸음을 내딛는 마음으로 그림들을 그리려 합니다. 아카이빙의 주제나 목적의 크기, 방향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내가 남기는 '기록'으로 누군가에게 새로운 아카이빙의 길을 보여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림으로 남기는 은평의 모습은 훗날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