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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30 구산동도서관마을 답사

경사로에 낮게 난 창문

관찰내용과 짧은 생각

소리채집과 소리관찰

도서관 공간 관찰

도서관에 놓여있는 서로 짝이 다른 의자들과 사용감있는 테이블. 무조건 새롭고 좋아보이는 걸 두는 게 아닌,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채워가는 곳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좋은 시설을 갖췄지만 어딘지 낯설고 위압감을 주는 공간이 아닌, 이곳의 이름 그대로 마을처럼 특별하진 않지만 친근하고 익숙한 느낌을 준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정말 필요할만한 것들을 조금씩 채워놓은 공간. 이면지, 연필깎이 등의 물품들을 도서관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누구나 사용하게 비치해 놓았다.
책은 빛에 약하다. 대부분의 도서관은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구산동도서관마을에는 환한 빛이 들어오는 창문들이 도서관 건물 한 면 전체를 차지한다.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이러한 건물의 디자인에서도 이 도서관이 누구를 위한 곳인지 알 수 있다. 이 곳은 책을 위한 집이 아닌 책을 읽는 사람들을 위한 집인 것이다.
천장이 높게 뚫린 로비 공간과 달리 이 도서관의 대부분의 공간은 좁고, 천장은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답하지 않은 이유는 대부분의 서가 뒷면이 반대편을 볼 수 있게 뚫려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비밀 장소를 하나 만들 수 있을 만큼 좁은 골목길과 같은 공간이지만 대부분 문이나 막힌 곳 없이 트여있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느낌을 준다.
나무아래 평상이나 대청마루를 연상하게 하는 열람 공간. 대부분의 열람공간이 딱딱한 독서실의자와 책상이 아닌, 카페 테이블, 광장의 벤치를 연상케하는 편안한 공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손수 그리고 만든 청소년 자료실 안내판. 세련되진 않았지만, 이러한 소소한 요소들이 마을사람들이 가꿔가는 공간이라는 느낌을 준다.
도서관 마을은 이전의 마을에 있었던 건물들과 골목을 품은 곳이다. 이곳의 물건, 내부 인테리어가 어딘지 모르게 은평에서 보아왔던 골목길과 닮았다고 느끼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서울에는 늘 이전에 있던 길과 건물들이 사라지고 새롭고 좋은 빌딩과 아파트들이 들어선다. 하지만 그 건물들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기존의 공간에 새롭게 스며들어 만들어진 도서관 마을은 이날도 붐비고 있었고, 특정 연령, 성별 또는 직업 등에 국한된 것이 아닌 모두를 품고 있었다. 새로운 건물을 지을 때 꼭 참고했으면 하는 공간인 것 같다.
골목길을 연상하게 하는 독립출판물 코너
만화와 독립출판물은 일반적인 도서관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도서관 마을은 이러한 장르들을 오히려 재조명하고, 소개하고 아예 독립된 큰 코너로 만들었다. 작은 것이라도 소외 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독립출판코너 입구 윗쪽 한켠에 자리한 코르크 꽃병 장식. 정말 별거 아닌 소박한 데코레이션이지만 문득 발견했을때 괜히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큰글자책들을 모아 놓은 서가도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소외되기 십상인 누군가를 위한 공간이다.
인도의 사서이자, 수학자였던 랑가나단 (S. R. Ranganathan) 만든 도서관 5법칙이 벽면에 써있다. 도서관마을은 이 법칙이 잘 적용된 도서관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시작부터 도서관을 원했던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지금 이 도서관을 채우고 있는 가구에서부터 책들까지 모두 책을 필요로하는 사람들을 위해 맞춰진 느낌이다.
도서관 답사 전후로 둘러 본 구산동 마을. 도서관이 마을의 모습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거나 크진 않지만, 친근하고 푸근한 느낌을 가진 골목들이 이어져 있다. 낡은 부분도 많지만, 이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 자연스레 만들어지고, 낡은 것들도 다시 새로운 쓸모를 얻고 자리한 모습들. 왠지 모르게 이러한 모습들에서 따뜻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