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서 일하는 그녀의 머리는 늘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었지만 내게 보여지는 표정은 늘 한가지였다. 무언가에 화가 나 있는 모습. 10여년 전 난 미용실에서 손님으로 그녀를 만났다. 무섭고 말 붙이기 어려울 만큼 차갑고 어두운 분위기에 손님인 나를 눈치 보게끔 했었다. 손님인 나에게 먼저 인사를 하지도, 나의 인사를 받지도 않았다. 3-4년이 지나서야 겨우 서로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이번 인터뷰 섭외도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도서관마을 친구들 사업에 참여한 지역상점인 송관헤어의 송관님의 추천을 받아 진행할 수 있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녀는 나의 생각과는 달리 적극적이고 예쁜 미소를 가진 사람이었다. 결혼과 육아를 하면서 헤어 디자이너로서의 이름은 내려놓았지만, 꿈을 가지고 서울에 왔을 때의 소녀 같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고, 그에 대한 아쉬움도 느껴졌다. 강한 외모와 말투 안에 상처받은 여린 소녀가 책으로 위로 받고,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힘도 책을 통해서 얻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그녀와 소통하고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