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은 나와 거리만큼이나 낯선 동네다.
이곳을 기록하자고 마음 먹었을 때
은평보다는 그린다는 기록방법에 무게를 두고 신청했었다.
힌 번도 경험하지 못한 작업 방식이라 그리는 시간보다 사전 조사에 더 오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닟선 도시 은평의 무엇을 기록해야 할지도 생각해내지 못했기에 계획서 작성부터 막혔다.
그렇게 막막한 마음으로 시간 날 때마다 지하철을 타고 새절역에서 내려 내숲 도서관을 찾던 어느날…..중심 구역이 되었던 내숲 도서관 앞에 쓰여진 윤동주의 새로운 길이 눈에 들어왔다.
<새로운 길>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이 시는 시인이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 불광동에 사는 친구의 집을 방문하고 쓴 시다. 라고 은평 역사를 아카이빙한 자료에서 봤던 것이 생각났다.
시를 두 세번 입으로 웅얼거리던 나는 잘 모르는 동네를 잘 아는 것처럼 짧은 시간에 기록하는 것은 무리라는 결론을 냈다. 그리고 좀 더 가볍게 시처럼 친구 집에 놀러가는 사람같이 동네를 기록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낯선 은평이 친구의 동네로 변하던 순간이었다.
그후 여러 번 은평을 올 때마다 나는 친구 집을 찾듯이 동네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렸다.
그러다 집 옆 골목에서 앉아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 생각하는 아주머니 한 분을 보게 되었다.
내가 대부분을 살고 살았던 대단지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곳은 골목=도로 이기 때문에 밖이지만 프라이빗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곳의 골목은 개방적이지만 개인적인 공간까지 가지고 있었다. 마치 사람의 숨길처럼 보였다.
이후에도 골목을 이리저리 다니다가 발견한 것들이 있었다.
은평의 골목들은 산 아래에 마을이 형성 되었기 때문에 어떤 골목길에서는 멀리에 있는 산의 자락이 보인다는 점.
대단지로 지어진 동네와 다르게 집의 수명들이 제각각이어서 다른 형태의 집들이 골목에 사이좋게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골목길과 그 중심에 있는 건물들을 누비며 기록하기 시작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골목이 혼자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은밀한 공간이자 다양성을 허용하는 개방적인 모습의 은평의 골목길을….
골목: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 안을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 길.
(네이버 사전)
은평 골목: 개방적이지만 어떤 골목들은 위치,크기 그리고 속하고 있는 건물로 인해 사생활이 보장되기도 하며 산의 일부를 감상할 수도 있는 공간.
주로 좁고 길지만 불규칙적인 형태.
(박은진 사전)
1.
개구리 책방 골목
새절역 두산 위브 공사장 인근에 위치한 골목으로 아직 철거되지 않은 다양한 업종의 가게들이 있는 곳이다.
중심이 되는 개구리 책방은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진 책 대여를 하는 곳으로 연중무휴, 새벽 6시 오픈을 하며 일정 금액 도서를 대여하면 책배달까지 해준다.
2.
은평빌라 골목
새절역 3번 출구에서 나와 증산역 방향 쪽 대로를 마주하고 있는 은평빌라. 빌라를 시작으로 일직선으로 나렬된 건물들은 한 눈에 봐도 오래됨직 하다.
골목 중간 중간에 비단산 일부와 다양한 형태의 주택들이 보인다.
3.
새절역 두산위브아파트 공사현장 골목
미술이야기(교습소)와 공사현장 사이에 있는 골목을
증산로 15길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공사철벽과 오밀조밀하고 여러 형태의 주택지역이 골목을 사이에 두고 극명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아파트가 완공되면 앞으로는 어떤 골목이 만들어질까?(뒤쪽에 비단산 자락이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