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오래 전 은평구에는 동네 곳곳에 서점들이 있었다. 단순히 책만 팔던 곳이 아닌 인근 주민들에게 책을 친구처럼 만나는 곳이었다. 나도 청소년 시절의 한 켠에 서점과 같이 한 시간들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사회와 생활에 변화가 오고 많은 서점들이 사라졌다. 이 년 전에도 계속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던 사랑방 ‘불광서점’이 사라지고 구민들은 큰 상심을 겪었다. 이러한 모든 것이 서점 기록을 향한 발걸음을 내 딛게 하였다. 잘 알지 못하지만 아직도 자리를 ‘버텨’오고 있는 서점들이 있다. 인터뷰와 자료수집을 통해 서점의 정보를 구해정리하고 각 서점이 갖는 특징을 스케치북에 그려 갔다. 보이는 대로 그린다기 보다 자료를 바탕으로 내가 그 안에서 바라 본 서점을 표현하고 기록하는 방향을 잃지 않으려 했다. 나의 기록으로 조금이라도 은평구의 서점들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공간으로 길이 남겨 지길 바란다.
1. 기록의 시작
청소년 시절 동네 곳곳에 있던 작은 서점들이 지역개발과 도서관, 대형서점의 등장, 사회 변화 등에 따라 많이 사라졌다. 사라진 것은 서점만이 아니었다. 서점에서 보낸 나의 추억과 시간도 같이 사라진 것이다. 팬데믹을 거치며 불광동의 사랑방같은 불광서점도 사라졌다. 현실을 ‘버텨’오고 있는 은평구의 다른 서점들이 오래 있으면 좋겠지만 나중에 또 후회스러운 마음으로 그 곳들을 마음속에서나 떠올릴 수 있는 일이다. 은평구에 살아 오며 느낀 허탈감과 아쉬움, 이 작은 걱정이 기록의 시작이 되었다. 서점들의 지금 모습을 그대로 그림 기록을 남겨본다.
2.
다양한 서점들
예전에는 개인문고, 중고서점이 많았다면 지금의 서점들은 그 종류가 다양하다. 학교 근처에는 수험서를 많이 파는 서점이 있고 역 주변의 서점에서는 오가는 주민이 많아 다양한 종류의 책을 조금씩 비치해 두고 판다. 독립출판물을 전문으로 다루는 독립서점, 동네 어르신들이 찾는 중고서점, 사회학자가 연 전문서점, 책을 좋아하는 친구 둘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서점도 있다. 현실적으로 운영을 하는 부분에 다들 걱정이 크지만 비슷한 부분은 그 서점이 있는 위치에서 각자 동네에 선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밤 골목에서 따뜻한 불빛이 되는 형상으로 느껴진다.
3.
기록의 방법
사전답사로 첫 방문때 대표님에게 프로젝트의 의미와작업 과정을 설명해 드리고 인터뷰와 내부 촬영 및 음성녹취에 관련된 동의서에 서명을 받았다. 대부분 동의해 주시고 호의적으로 대해 주셔서 무리 없이 작업을 진행 할 수 있었다. 그 이후에 일정을 조율하여 2,3회 방문하며 방문 조사를 마무리하였다.
사진정보들을 바탕으로 내가 흥미롭게 보았거나 그 서점만이 갖고 있는 특이점들을 그림에 담았다.
그림 형식은 약 a4 사이즈의 스케치북에 내용들을 펜드로잉으로 작업하였고 각 서점의 전면을 4절의 종이에 따로 색연필로 일러스트작업을 하였다.
4.
사진기록
-a. 매일문고
기록기간 : 2023. 6. 3 ~ 6. 22 / 3회 방문
중학생 딸아이의 학원은 구산역 근처에 있다.
학원 가는 길이 오가는 시간과 교통편이 불편하여 자가용으로 등하원을 시켜주고 있다.
구산역 사거리는 신호 대기시간이 짧고 조금이라도 퇴근시간과 겹치면 차들이 밀려
교통신호에 대기 정차하는 시간이 꽤 길다.
그때마다 보게 되는 역 근처의 풍경에 항상 담겨 있는 서점이 하나 있다.
‘매일문고’
매일매일 오라는 뜻일까?
근처의 고등학교를 다녔던 나는 이 근방에 여러 서점들이 있던 것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매일문고. 그래. 굉장히 오래된 서점같아. 항상 저 곳에 있던 것 같아. 내가 다니던 등하교길은 이쪽이 아니였어서 자세히 기억이 안 나고 가본 적이 없지만, 그 당시의 풍경에 항상 매일문고는 있었다.
40년 이상된 오래된 역사의 매일문고
서울로 올라와 중고서점을 하는 고향 선배들을 따라 시작한 중고서점에서 이 만큼을 가꾸어 오셨다 . 동향 분들은 서점 이름을 다 ‘문화당’이라고 지었는데 대표님은 교수인 단골 손님의 조언으로 이름을 다르게 지었다고 하신다
b.미하북스
기록기간 2023. 5. 23 ~ 6. 23 / 3회 방문
동네의 서점들에 관심을 두고 찾아보니 가까운 곳에 중고 서점이 있었다.
골목의 중고 서점이라니 궁금하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연신내에 있는 대형 중고 서점이 주도적이어서
동네의 중고 서점은 어떠한지 알고 싶다.
옆 동네를 산책하는 길에 ‘미하북스’를 반갑게 발견할 수 있었다.
아내와 딸의 이름을 합쳐서 지은 이름이라는 미하북스
c.글벗서점
기록기간 : 2023. 7. 5 ~ 7. 7 / 2회방문
가끔 가는 응암역 근처에 서점이 하나 있다.
응암역 주변에는 상점들이 많고 사람들도 굉장히 많이 다닌다.
나는 역 앞의 다이소에도 가고 중고 물품 거래도 그 앞에서 여러 번 했다.
그러는 와중에 서점을 보게 되었다.
버스정류장이 서점 바로 앞에 있어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다.
눈길을 끄는 서점이었다. 아직도 개인 서점이 있다는 것이 우선 놀라웠고 반가웠다.
간판의 모양새를 보면 오래된 곳 같다.
그런데도 좋은 자리를 잘 지켜온 것을 보니
주인되시는 분이 단단한 운영을 해오신 듯 하다.
더운 여름 날, 증산역에서 응암역으로 내려오는 산책길에 ‘글벗서점’에 들어가 보았다.
내부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세 벽면의 책장들과 긴 매대 하나와 더 작은 크기의 매대 두 개가 있다.
들어가서 바로 왼쪽 편 책장에는 요즘 인기있는 만화책들이 꽉 차있다.
그 옆으로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소설들이 다른 문학 서적들과 꽂혀 있다.
나머지 책장들에는 수험서, 자격증 관련도서, 시리즈 전집 등이 즐비하다.
책의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매대에는 여러 종류의 잡지와 사람들이 많이 찾을 법한 베스트셀러 서적들이
한눈에 보이도록 펼쳐져 있다.
동네의 모든 사람이 다 오는 곳 같다.
d.책방난달
기록기간 : 2023. 9. 13 ~ 9. 21 / 2회방문
서점 기록을 시작할 즘, 늦은 봄부터 가고 싶었던 책방난달에 이제야 가게 되었다.
이름이 정겹고 특이해서 뜻을 찾아보니 ‘난달’은 길이 여러 갈래로 통한 곳이라고 한다.
여러 길들이 교차하니 교통의 중심지가 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는 곳이다.
책을 통해 여러 책들의 길이 모이는 곳이라는 걸 알 수 있다.
5년전에 두 친구의 의기투합으로 지어진 책방. 지도에서 위치를 찾아보니 구산역에서 서오릉방향으로 도보 10분좀 넘는 걸리는 곳에 있다. 동네가 나에게는 낯선 곳은 아니다. 근처에 모교가 있기 때문이다. 그 부근에 있던 만화방을 열심히 다닌 기억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딱히 그 동네에 갈 일이 없다. 희한하게도 책방난달에 가려고 하면 일정과 시간이 맞지 않았다. 그러다가 큰아이를 구산역 학원에 내려주고 책방난달에 갈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서점 앞은 골목이라 주차가 어려울 듯하여 근처의 공용주차장을 찾으니 한 군데가 있었다. 주차를 하니 벌써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 지려고 했다. 퇴근때는 지났지만 대로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니고 있었다. 그 사람들 사이를 지나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니 저 멀리 시선을 끄는 불빛이 있었다. 책방난달이다.
e.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기록기간 : 2023. 9. 16 ~ 9. 21 / 2회방문
비가 오는 토요일 오후. 서점을 궁금해하는 큰아이와 같이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 방문했다. 나는 왜 이곳을 몰랐을까? 2007년부터 운영을 해 오셨다는데 이곳을 몰랐다는 것은 나의 무관심이 원인이다. 어떤 이유를 찾더라도 마땅한 변명거리가 없다. 왠지 부끄럽다. 그리고 너무 아쉬웠다. 더 빨리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이 서점은 희한하게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다. 서점이 있는 길을 수십 번은 다닌 길인데도 왜 알아보지 못 했을까?
큰 가로가 너무도 정확하게 서점이 있는 건물을 가리고 있다. 창문도 잘 보이지 않는다. 건물 오른편의 입구위의 간판은 색이 바래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마치 아는 사람은 오라는 것 같기도 하고 서점의 이름처럼 아무나 보지 못하는 신비로운 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가듯이 우리도 그 입구로 스르르 들어갔다.
입구부터 빨려 올라가는 느낌이다.
가파르고 높아 보이는 계단과 벽면은 그 자체로서 서점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
양옆으로 가득찬 책들과 위에 올려져 있는 고서의 그림들, 예쁜 집 모형 등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마치 처음 보는 책의 눈길을 확 끄는 서문을 보는 기분이다. 더욱 궁금해 진다. 대체 저 ‘위’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분이 대표님이실까.
f.니은서점
기록기간 : 2023. 7. 16 ~ 10. 12 / 4회 방문
니은서점은 유명하다.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님이 문을 연 서점인 점. 그리고 왜 그런 교수님께서 굳이 연신내까지 오셔서 서점을 여셨을까 하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의문이 서점을 직접 가서 구경하게 하는 인기적 요소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연신내 부근에 오래 살았던 나는 위의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내가 느끼는 그 동네는 전형적인 ‘주거지역’이다. 다니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고 사람들이 많이 갈법한 가게들이 들어서지 않는 곳이다. 사람 많고 화려한 연신내에서 가깝지만 연신내의 그런 흔적은 전혀 찾아 볼수 없는 골목동네인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 니은서점이 생긴 이유는 지극히 당연하다. 대표님이신 ‘노명우 마스터 북텐더’님이 쓰신 책, ‘이러다 잘 될지도 몰라 /니은서점’을 보면 서점의 위치선정에 관련된 이야기가 잘 실려 있다 서점 유지에 맞는 월세규모에 맞게 오다보니 이곳 이었다는 이야기이다.
5.
작업 결과물
<매일문고>
<미하북스>
<글벗서점>
<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책방난달>
<니은서점>
*4절 서점 전면 작품 - 전시용 총 6작품
2023 1020 현재 그림작업 진행과 마무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