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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희

저는 디자인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며 현재는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서울과 강원도를 오가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는 복잡한 머리 속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일에 있어서는 열심히 기록을 남기고 자료들을 모아뒀는데, 정작 제 자신에 대해서는 그러질 못했던 부분들이 컸던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정리는 중요한 것인데 그러한 부분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서울에 올라와서 14년여 동안 신촌, 이대, 망원, 대흥동, 이태원, 정릉 등 정말 이사를 많이 다녔습니다. 은평은 혁신파크가 생기면서 그곳에서 활동할 기회가 생겨서 자연스레 알게 되었고, 혁신파크 주변의 작은 가게들과 카페 몇 군데 그리고 시장, 같이 일하셨던 어르신과 다같이 북한산으로 등산을 갔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게 은평은 산이 있는서울이지만 서울 대도시가 아닌 동네라는 느낌을 주는 곳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은평 아키비스트 교육을 발견하고 걱정반 기대반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수업을 듣는 동안에는 아키비스트인 나의 시선으로 어떻게 기록을 할 것인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음악기록팀에 합류하여 ‘구산동도서관마을’을 방문하고 조사하는 과정은 무척 즐거웠습니다. 은평에서 기록하여 추억하고 싶은 매력적인 공간을 만나 행복했지만 가사작업과 멜로디를 만드는 작업은 막막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멘토님과 의견을 나누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거쳐 음악기록 작업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기록을 음악으로 전할 수 있다는 것은 새롭고, 신비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같은 공간을 기록한 다른 팀원의 음악과 제 음악이 다른 것을 보면서 기록자의 시선에 따라 다른 시각과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각기 기록작업을 진행하면서 음악기록팀들이 모여 서로에 대한 시간을 갖고 은평을 추억하며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냈던 시간들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저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은평을 기록했고 우리의 기록을 보시는 분들은 자신의 기억과 시선으로 또 다른 은평을 기록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