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산동 도서관마을은 다른 도서관과는 달리 이름처럼 마을같은 곳이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자리를 잡고 쉬고 생각에 잠긴다. 그 누구하나 소외되지 않고 편한 동네처럼 그 공간에 머무르는 것이다. 도서관은 사람들을 압도하거나 규율을 내세우기보단 그저 필요한 것들을 조용히 채워 놓았다. 서로 짝이 다른 의자나 한쪽에 곱게 놓인 이면지, 손으로 직접 쓴 안내판들이 도서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새롭고 좋은 것들로 가득 찬 곳이 아닌 사용감이 있지만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들이 채워진 곳이 구산동도서관마을이었다. 이런 도서관의 모습은 타지인인 내가 만난 은평의 모습과도 닮아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그리운 옛날 동네들을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