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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이

김윤이(그림기록팀 멘토, 그림책 작가)
9년째 은평에 살고 있는 그림책 작가입니다. 2020년 봄, 처음 겪는 거리두기 속에서 우연히 ‘여기 은평’ 프로젝트를 알게 되어 3년째 참여하고 있습니다. ‘로컬 아카이빙’ 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조금 놀라웠어요. 오래 관찰하고 기록하며 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을 해 왔으면서도,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저에게도 제가 해오던 것들을 하나하나 돌아보고, 점검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유명 명소를 그리는 것보다 나에게 의미있고 친밀한 곳을 그리는 일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힘을 더해주기도 했어요. 은평구에 살고 있지만, 잘 모르는 곳이 아직 많기도 하고요. 몇 년 사이에 익숙한 곳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아쉬운 일도 몇 번 겪었습니다. 은평 아카이빙 작업 첫 해에 그렸던 불광문고가 사라졌고, 책방 비엥은 모습을 바꾸었습니다. 저희 집 근처를 비롯해서 은평구 여기저기에서 재개발 사업이 한창이니 몇 해 사이에 더 많은 것이 바뀌겠지요.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는 대상을 ‘자세히’ 바라보게 합니다. 그림으로 기록하는 일을 통해서 아쉬운 변화를 조금 더 잘 보고 담아둘 수 있으면, 기억할 수 있는 일도 늘어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팬데믹 상황을 보내며 ‘우리 지역’ 에서 할 수 있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늘어났고 또 그런 분들과 만나게 된 것도 이 프로젝트 덕분에 생긴 수확입니다. 특히 올해는 모처럼 여럿이 대면으로 모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6주라는 실습 시간이 꽤 빠듯해서 모두들 많이 고생하셨지만, 이런 모임이 가능해졌다는 것도 지난 2년을 돌아보면 그나마 다행이지요. 여전히 방심할 수는 없는 코로나 상황에서, 엄청난 폭염 속에서, 폭우를 피해, 고군분투하며 실습을 마친 분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여러분, 이제 시작이에요. 실습이 끝났으니 이제 각자의 작업과 함께 계속 만나게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